청소 가루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자료를 찾아보며 저도 가장 의외였던 점은, 이름이 비슷한 세 가루가 서로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는 각자 맡을 일이 따로 있고, 섞는다고 더 세지지 않습니다. 세 가루의 역할과 절대 피해야 할 조합을 정리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세정제이지 살균제가 아닙니다
청소 가루를 하나씩 비교해 보면,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것이 베이킹소다입니다. 정식 이름은 탄산수소나트륨입니다. 탄산수소나트륨이란 물에 녹으면 약한 알칼리성을 띠는 흰 가루로, 기름때와 산성 냄새를 푸는 데 쓰입니다.
물을 조금 섞어 반죽처럼 만들면 눌은 자국을 긁어내는 연마제 역할도 합니다. 연마제란 표면을 문질러 때를 깎아내는 거친 입자를 뜻하는데, 베이킹소다는 그중에서도 꽤 부드러운 편입니다. 다만 같은 알칼리성이라 물때나 석회처럼 알칼리 쪽 얼룩은 녹이지 못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나옵니다. 베이킹소다로 닦으면 균까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과장이라고 봅니다. 한 민간 정리글(출처: 브레인디톡스 베이킹소다 사용법)이 소개한 2000년 연구에서는 시험한 모든 균에서 감소 폭이 작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때를 떼어내는 세정과 균을 없애는 소독은 따로 생각해야 합니다. 도마나 행주처럼 위생이 걱정되는 곳에 베이킹소다 하나만 믿고 넘어가는 것은 제 기준으로는 아쉬운 선택입니다. 코팅 팬은 연마 때문에 잔흠집이 날 수 있고, 알루미늄 용기는 변색될 수 있으니 이 두 곳도 피하는 쪽이 낫습니다.
구연산은 알칼리 얼룩 담당, 섞으면 힘이 줄어듭니다
구연산은 산성 가루입니다. 그래서 베이킹소다가 못 푸는 물때, 석회질, 변기의 누런 얼룩이 구연산의 몫입니다. 알칼리 얼룩에는 산, 산성 냄새와 기름때에는 알칼리라는 짝을 기억해 두면 가루 고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그렇다면 둘을 합치면 최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처음 자료를 읽기 전에는 그렇게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베이킹소다와 구연산(또는 식초)을 섞으면 산과 알칼리가 서로 중화되어 이산화탄소 거품만 나고 세정력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중화란 산성과 알칼리성이 만나 서로의 성질을 상쇄하는 반응을 뜻합니다.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면 뭔가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가루가 서로의 힘을 깎아 먹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밀폐 병에 미리 섞어 두면 가스가 차서 압력이 오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병에 미리 섞어 두는 보관법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가루만 꺼내 쓰는 편이 효과도 낫고 안전합니다. 과탄산소다를 구연산 같은 산과 한 통에 섞을 때도 마찬가지로 서로 힘이 줄어듭니다.
과탄산소다, 쓰기 전에 라벨부터 확인하세요
세 가루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과탄산소다입니다. 정식 이름은 과탄산나트륨인데, 물에 녹으면 탄산나트륨과 과산화수소로 갈라집니다. 탄산나트륨은 기름때와 단백질 오염을 풀고, 과산화수소는 산화제로 작용합니다.
산화제란 다른 물질에 산소를 내주어 색과 냄새를 분해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활성산소가 얼룩과 냄새를 분해하기 때문에 표백, 탈취, 세탁조 청소에 쓰입니다. 천연 가루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가루가 눈에 심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산화제라는 점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말로 쓰기 어렵다고 봅니다.
온도와 사용량은 자료마다 말이 조금씩 다릅니다. 40~60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서 잘 반응하고 찬물에서는 약하다는 설명이 많지만, 이 수치는 기준값이 아닙니다. 국내 판매 제품의 표시사항(출처: 코스트코코리아 슈가버블 과탄산소다 제품 페이지)을 보면 찌든때는 온수에 풀어 약 30분 담근 뒤 세탁하고, 세탁조는 통살균 코스에 정해진 양을 넣으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 생활에 적용해 본다면, 이 가루를 꺼내기 전에 아래 순서로 확인하겠습니다.
- 제품 라벨의 권장 온도와 사용량을 먼저 읽는다.
- 울, 실크, 가죽, 모피에는 쓰지 않는다.
- 고무장갑을 끼고 환기를 한다.
- 분무기나 밀폐용기에는 넣지 않는다. 산소가 차서 용기가 터질 수 있다.
- 다 쓴 뒤에는 충분히 헹구고 나서 다음 세정제를 쓴다.
그리고 모든 조합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염소계 표백제(락스)와 산성 세정제입니다. 염소가스가 나와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고, 락스와 암모니아 성분이 만나면 클로라민이라는 유해 물질이 생깁니다. 클로라민이란 염소와 암모니아가 반응해 만들어지는 자극성 기체를 뜻합니다. 세제 혼합 주의를 다룬 언론 기사(출처: 레이디경향)도 같은 경고를 전하고 있고, 과탄산소다 제품 라벨 역시 염소계 표백제와 섞지 말라고 적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섞으면 더 잘 닦이나요?
A. 거품은 많이 나지만 산과 알칼리가 서로 중화되어 세정력은 줄어드는 쪽입니다. 각각 맡은 얼룩에 따로 쓰고 사이에 헹구는 편이 낫습니다. 밀폐 병에 섞어 두는 것은 압력이 오를 수 있어 피하시기 바랍니다.
Q. 베이킹소다로 닦으면 살균도 되나요?
A. 살균력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자료가 인용한 2000년 연구에서는 시험한 모든 균에서 감소 폭이 작았습니다. 때를 빼는 일과 균을 없애는 일은 따로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과탄산소다는 찬물에 써도 되나요?
A. 찬물에서는 효과가 약하다고 설명하는 자료가 많고, 40~60도 안팎이 잘 맞는다고 합니다. 다만 이 수치는 기준값이 아니라서 제품에 적힌 권장 온도와 사용량을 우선하셔야 합니다. 저라면 라벨부터 확인하겠습니다.
Q. 락스를 쓴 뒤에 구연산으로 바로 닦아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락스와 산성 세정제가 만나면 염소가스가 나와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 가지를 쓴 뒤에는 충분히 헹구고 환기한 다음에 다음 세정제를 쓰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좋은 살림은 세게 섞는 것이 아니라 가루마다 맡을 일을 나누어 하나씩 쓰고 헹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자료는 제품 표시와 민간 정리글이 중심이라, 수치는 가지고 계신 제품 라벨을 최종 기준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싱크대 아래 세제부터 꺼내 어떤 것이 염소계인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코스트코코리아 슈가버블 과탄산소다 제품 페이지(제조사 ㈜슈가에코 표시사항) · 브레인디톡스 과탄산소다 사용법(민간 정보 사이트, 해외 안전자료·SDS를 참고 목록으로 제시) · 브레인디톡스 베이킹소다 사용법(민간 정보 사이트) · 경향신문 레이디경향 세제 혼합 주의 기사(언론, 전문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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